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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은 첫 장부터 독자를 충격 속으로 밀어 넣는다. 내용은 충격적이고, 묘사는 외설적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 위로 작가의 통렬한 성찰이 밀도 있게 깔려 있다. 이는 단순한 자전 소설이 아니라, 한 인간의 도피와 몰락, 그리고 마침내의 ‘책임감 있는 귀환’까지를 담은 실존적 고백이다. 주인공 버드는 아프리카 여행을 동경하는 젊은 청년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갑작스러운 현실 앞에서 송두리째 무너진다. 갓 태어난 아기가 뇌 헤르니아라는 중증 장애를 안고 있다는 의사의 통보는, 그에게 절망을 넘어 수치심까지 안겨준다. 뇌 일부가 밖으로 튀어나온 채 특수아실에서 고통받는 아기를 바라보는 버드는 그 장면을 ‘처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회피하고 싶어 한다.버드는 이 사..

도서리뷰 2025.07.05

📖순교자

죽음과 예술, 순교와 구원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것은 공공연한 진실이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죽느냐가 그 죽음의 의미를 바꿔놓는다.마치 순교자처럼.카베 악바르의 소설 『순교자!』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죽음이란 무엇인가?”그리고 “그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이 작품은 한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해 정체성과 신념, 상실과 구원이라는 보편적 문제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강렬한 서사다. 살아 있으나 존재하지 않는 자, 사이러스주인공 사이러스는 병원에서 죽어가는 환자 연기를 하는 의료용 배우로 일한다. 이 역할은 그에게 단순한 직업일 뿐이다.“이 일 아니면 저 일. 이 인생 아니면 저 인생.”그의 삶은 선택이 아닌 무게 없는 공허함으로 흘러간다.살아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존재하고 있지 않다.그의 ..

도서리뷰 2025.06.21

📖바움가트너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폴 오스터의 마지막 작품.『바움가트너』는 단순히 고별작이라는 수식어만으로 설명되기엔 너무나도 섬세하고 깊은 감정의 결을 지닌 소설이다. 고난과 상실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서는 한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산산이 흩어진 기억과 감정들이 하나의 서사로, 하나의 인생 이야기로 퍼즐처럼 맞춰진다. 애나의 죽음, 그리고 애도하는 일상바움가트너는 아내 애나와의 사별 이후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다.애나는 수영을 좋아했던 사람이다. 그녀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열정적 고독’이라는 고유한 상태에 도달하곤 했다. 물과 하나가 되어 무아경에 잠기고, 세상과 자신으로부터 단절된 채 조용히 가라앉았다. 마지막으로 수영을 하러 가겠다고 말하던 애나를 말리지 못한 바움가트너는, 그 순간 이..

카테고리 없음 2025.06.04

📖 올가 토카르추크 『태고의 시간들』

『태고의 시간들』은 첫 페이지부터 독자를 낯선 세계로 데려간다. 이 낯섦은 단지 공간의 생소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감각이 흐트러지고, 인물들이 현실과 신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태고’라는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 마을은 지도에 찍히는 실제의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신화적 질서 속에 있는 ‘세상의 중심’이자 ‘가장자리’로, 현실 너머의 세계를 품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다.토카르추크는 이 소설을 통해 ‘시간’을 다룬다. 그러나 그것은 연대기적, 역사적 시간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삶 속에 내재된 고유한 시간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제1차 세계대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지는 20세기 초반이지만, 전쟁은 이곳에 단지 배경처럼 존재한다. 중요한..

카테고리 없음 2025.05.20

📖 김영하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작가의 신작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은 그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생각을 멈추게 한다. 살아가는 누구나에게 ‘단 한 번’이라는 말은 섬광처럼 박히는 어떤 울림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24년 유료 이메일 연재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실렸던 글을 모아 새롭게 다듬은 에세이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와 함께 인생 전반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작가는 처음에 이 글의 제목을 ‘인생 사용법’으로 지으려 했다. 하지만 곧, 인생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단 한 번의 삶’이라는 한층 더 낮고, 겸허한 제목으로 바꾼다. 인생이란 결국 사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오직 ‘살아내야만 하는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책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시작된다. ..

카테고리 없음 2025.05.16

📖 알베르 카뮈 『이방인』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이방인』의 첫 문장은 단순하지만 이상하다.이 말투, 이 태도,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인간의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소설이다.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불리지만, 사실 이 소설은 실존이나 철학이라는 거창한 개념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날것의 감정들로 우리를 흔든다. 주인공 뫼르소는 세상의 기대나 감정의 규범에 맞춰 살지 않는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직장에서의 승진에도, 여자친구의 결혼 제안에도 무관심하다. 사랑한다고 말해달라는 마리의 요청에, 그는 단지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할 뿐이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꾸미지 않는다. 사회가 기대하는 방식대로 슬퍼하지 않고,..

카테고리 없음 2025.05.09